2. 잘 죽기 위한 실잣기.pdf
****한 존재가 생성되어 생장하다가 소멸하고 분해되는 생물학적 주기에서 보면 한 인간의 죽음 또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흘러가는 과정의 하나이다. 그런데 ‘인간적인’ 측면에서, 소멸-죽음은 자살, 타살, 자연사, 병사, 돌연사, 존엄사 등 그 형태가 다양하게 명명되고, 각기 다른 사회-정치-문화적 가치 판단과 사후 처리가 이루어진다. 어떤 죽음은 ‘영웅 서사’의 한 장면으로 비춰지고, 어떤 죽음에는 ‘한’이 가득 서리기도 한다. 개인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장례의 형태는 상이하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경제력을 잃지 않기 위한 수많은 노후대비정책과 연금 저축 등은 소멸의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내쳐질 것에 대한, ‘인간다운’ 삶으로부터의 추락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영혼’에 대한 공동체적 다짐은 대안 사회, 그러니까 지금까지 마주하지 못했던 시스템의 한 그늘을 직시하게 하기도 한다.
한편, 죽음에 대한 담론화는 어느새 실제로 죽은 몸-물질로부터 서서히 멀어진다. 기호화된 죽음은 땅 위에 놓여 썩어가는 몸을 가린다. 시체는 썩어 토양이 되고, 아직 죽지 않는 몸들이 고개를 들고 자라나게끔 하는 양분이 된다. 분해와 해체의 과정은 생성과 소멸 사이를 잇는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이어지고 있을까? 무언가 빠뜨리고 있는 것은 없을까? 인간의 죽음 또한 지구를 이루는 무수히 많은 종들의 죽음과 다르지 않은 자연의 한 부분적 소멸이자 분해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각해야 하지 않을까?
계속되는 과잉과 팽창, 소비의 연속은 배를 부풀린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항문으로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 항문으로 배설된 물질들이 순환되는 과정은 변기의 투명한 물에 의해 쉬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식량이 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또한 투병한 비닐 아래 감춰진다. 무언가가 나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이루어지는 정치-사회-경제-문화-자연 시스템의 복잡한 실타래를 들여다보고 풀어 보기에는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생계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도 크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감각, 나의 몸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고, 나를 이루는 피와 살이 토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는 것과 회피하는 것은 어떤 차이를 일으킬까? ‘나’의 예고된 죽음에 대한 앎은 지금을 이루는 삶의 풍경에 어떤 진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더 욕망덩어리가 되어 세속적인 물질들을 탐하는 존재가 될까, 서서히 비워내어 죽을 자리를 깨끗하게 정돈하는 일상을 살게 될까. 아니면 삶과 죽음이라는 감각을 오히려 더 무디게 만들어 그 사이를 부유하는 자아상을 추구하게 될까.
“곧 죽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난 그게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난 이기적인 놈이라 그저 글을 계속 더 쓰고 싶을 뿐이다. 글 덕분에 내 맘속에 따듯한 빛이 자리 잡는가 하면, 글 덕분에 내 맘속에 따듯한 빛이 자리 잡는가 하면, 글 덕분에 난 황금빛 대기 속으로 훌쩍 솟구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내가 얼마나 더 계속할 수 있을까? 마냥 계속하는 건 옳지 않다. 염병, 죽음은 연료 탱크 속 휘발유다. 우리에겐 죽음이 필요하다. 내게도 필요하고, 네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오래 머물면 여긴 쓰레기로 꽉 찬다.” (찰스 부코스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사색은 인간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든지 삶은 고통과 자괴감,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사색을 통해 이러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 그 고통과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색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인간의 내면을 발견하게 해주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노션 AI기능 검색 결과)
思 생각 사, 수염 많을 새 → 생각이 많은 털
索 찾을 색, 노 삭, 채소 소 → 꼬는 모양, 어떤 것과 어떤 것의 연결
糸(가는 실 멱) + 冖(덮을 멱) + 十(열 십)
索자는 ‘꼬다’나 ‘새끼줄’, ‘찾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索자는 ‘꼬다’나 ‘새끼줄’을 뜻할 때는 ‘삭’이라고 하지만 ‘찾다’나 ‘더듬다’라고 할 때는 ‘색’으로 발음한다. 索자의 갑골문을 보면 끝이 갈라진 실타래 양옆으로 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새끼줄을 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索자의 본래 의미는 ‘꼬다’나 ‘새끼줄’이었다. 새끼줄은 볏짚을 양손으로 잡고 비비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손을 비비는 동작이 마치 무언가를 더듬어 찾는 모습을 연상케 했는지 후에 ‘더듬다’나 ‘찾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 색의 상징성, 의미
말과 얼굴빛,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빛, 네 가지 빛깔
사색오브제 만들기(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