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세션 전시 ⟪Re:⟫, 2024

단상록

당신에게

통로

동거

빈 자리

아물다

장소를 품은 장소

꼬리-기억

참고자료(필타)

고통 (사라 아메드(2004), 『감정의 문화정치』)

배치와 다운율 (애나 칭(2015), 『세계 끝의 버섯』)

듣기 (김혜순(2017), 『여성, 시하다』)

고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2020), 『G.H.에 따른 수난』)

⟪당신에게 dear, you⟫

작업노트

텅 빈 기호로서 '당신/너'를 불러본다. 당신의 자리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지 당신과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마주쳤는지. 어떤 찔림으로부터 '당신'은 '나'를 감각하게 되었는지.

듣는다. 낯선 소리들을, 불편한 소리들을, 몸에 박히는 소리들을.

우연의 마주침으로 보이는 소리들의 교차, 시선들의 교차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 그것을 포착해내는 일련의 움직임. 말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상태들 상태 그 자체에 놓일 수 있도록 명명하는 행위를 미룬다. 당신을 맞이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 간다. 나의 소리를 점점 비우고, 당신의 소리가 채워질 수 있도록. 당신의 소리에 맞물려 나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내가 수집하고 기록한 곳에 당신이 자리한다.

(불협)화음. 어색한 조율. 어긋난 말들의 마주침. 메아리와 울림.

통증으로 남은 기억들, 동시에 아직 명료하게 말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상흔 자국을 발견했다. 그 기억들을 꺼내야만 하는 순간이다. 말하지 못한 통증의 기억들을 꺼낼 수 있는 방식의 말하기와 여성적 글쓰기를 새로 익힌다. 자신의 내밀한 기억과 사회적 참사에 대한 자기연관적 경험을 반복적으로 마주한다. 통증 앞에서 징징대던 화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터져나온 고름을 발견한다. 이만하면 되었다. 이제 징징거리기를 그만해도 되겠다.

시선은 점차 “고름”이 빠져나가고 남은 빈 자리로 옮겨간다. 빈 터에 머물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깊은 바다와 침몰하는 배, 사회적 참사에 대한 기억이 빈 자리의 살점을 울린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괴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다시 침묵으로 혹은 다른 파장으로 옮겨 가기를 반복해왔다. 이제 다시 통증의 기억을 마주한다. 안산과 목포와 진도에 몸을 가닿는다. 장소에서 발생하는 파형이 몸의 빈 자리를 돌며 울린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어느덧 빛바랜 노란 꼬리들은 하염없이 흐드러지며 타닥타닥 피어오르고 하강하기를 반복한다. 기억의 장소를 따라 가다 길을 잃는다. 중소도시의 풍경, 숲과 항구, 기억의 터 곁에 머물며 초연하게 장소를 품은 장소의 소리들이 함께 공명한다.

서서히 빈 자리에 살점이 차오른다. 이는 이전의 상흔을 품으며 상승하는 “존재의 살점”인 동시에 다가올 하강의 시간을 가늠하는 관계적 살점이기도 하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통증으로부터 ‘나’는 언제나 홀로가 아님을, 타자와의 접촉 속에서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구축되기를 반복한다. 통증의 생성과 소멸의 교차 속에서 나는 아주 조금이나마 비워지고 타자는 나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가까운 ‘당신/너’가 된다.

전시장에는 안산과 목포와 진도에서 필드레코딩한 소리와 퓨어데이터를 활용해 재구성한 비/언어적 소리들이 교차하며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진다. 공간의 벽면 곳곳에는 통증에서 시작된 관계적 기억을 매개로 당신/너에게 다가고자 한 사유의 흔적들이 자리한다. 관계적 통증의 기억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덧 돌아봄과 경청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의 고통으로부터 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의 한가운데 혹은 “가장자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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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스케치

  1. <자국 Impression> - 초음파공중부양장치, 3D프린팅, 트레이싱지 등 관객참여형 설치

    → 해당 작업은 빼는 게 나으려나 싶어 계속 고민 중이에요. 찔림의 맥락에서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과 착 맞다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어색하게 끼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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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전시에서 사용했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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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i> - 8채널 오디오 루프, 15’ (매시 정각,’30분마다 시작)

    ![- 전시장 앞쪽 사다리꼴 모양이 스피커 위치(가안)

    벽면에 숨길 스피커함 디자인. 직접 만들지 외주로 맡길 지 고민하며 1개의 샘플을 만들어볼 예정

    벽면에 숨길 스피커함 디자인. 직접 만들지 외주로 맡길 지 고민하며 1개의 샘플을 만들어볼 예정

  3. <가장자리 the edges> - 청진기, 지시문, 목화면 위에 프린트, 12채널 오디오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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